푸드 트럭, 뭉쳐야 산다?
그야말로 푸드 트럭 돌풍이다. 푸드 트럭의 전 세계적 인기는 이미 <새로운 길거리 음식 문화, 푸드 트럭>이라는 아티클을 통해 한 차례 다룬 적이 있다. 미국의 방송사는 2010년부터 <GREAT FOOD TRUCK RACE>라는 푸드 트럭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고, 매년 Vendy Awards라는 시상식에서는 그 해의 베스트 푸드 트럭이 선정된다. 유튜브에 ‘Food Truck’을 검색하면 따라오는 단어들이 Revolution, Subculture, Phenomenon 등인 것만을 봐도 푸드 트럭이 이제 돌풍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푸드 트럭의 인기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 아티클을 통해서는 세계적인 열풍인 푸드 트럭들이 뭉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짚어보고자 한다. 푸드 트럭, 그들이 뭉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여라, 푸드트럭 친구들~~
푸드 트럭들이 뭉치고 있다. 새로운 변화와 기회들을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 푸드 트럭 음식들을 온라인 배달해드립니다, FoodToEat
Click here to view the embedded video.
푸드 트럭들이 SNS를 통해 그 날 머물 장소를 공지하고, 단골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모바일 앱을 이용해 홍보를 뛰어넘어 실제 판매까지 이어갈 수 있다면 어떨까. 한정된 장소와 시간에만 만날 수 있는 푸드 트럭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 묘미이긴 하지만, 분명 집에서 한 끼 식사를 푸드 트럭 음식으로 해결하고 싶은 고객층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 푸드 트럭은 1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집집이 배달을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로 배달 인력을 채용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영국의 FoodToEat은 푸드 트럭이 온라인에서도 음식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배달 전문 업체이다. FoodToEat의 앱 리스트에서 고객은 다양한 푸드 트럭의 메뉴를 주문할 수 있고, 집까지 배달받을 수 있다. 주문을 받은 푸드 트럭 사업자가 음식을 만들면, FoddToEat은 손님에게 배달을 해주고 결제액의 단 0.1퍼센트만을 수익으로 취한다. 유색 인종과 이민자들이 많은 푸드 트럭 사업자들을 돕기 위함이다.
- 이제는 푸드트럭 페스티벌이다, Miami Food Truck Festival
지난 5월 말에는 마이애미 해변에서 푸드 트럭 페스티벌이 열렸다. 음악이나 캠핑에 밀려 기껏해야 요깃거리에 머물러 있었던 음식이 축제의 주인공으로 올라선 것이다. 푸드 트럭 축제에서는 푸드 트럭 음식이 메인이며, 음악은 흥을 돋우는 향신료다. 푸드 트럭은 판매하는 음식들이 매우 개성 있고 이국적일 뿐 아니라, 트럭 자체의 스타일도 독특하므로 축제와 매우 잘 어울린다. 이러한 푸드 트럭 페스티벌은 향후 국내에서도 매우 주목받게 될 것이다. 먼저 최근 몇 년간 국내 각종 페스티벌이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다가, 최근의 뮤직 페스티벌을 방문해봤다면 알 수 있듯이 행사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음식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또 각 나라의 로컬 푸드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이국적 정서와 문화를 누리고 싶어 하는 페스티벌 참가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것이다.
- 학생들에게 푸드트럭 인턴쉽 기회를 제공하다, RVA Street Foodies in Richmond
한편 버지니아 주의 리치먼드에서는 약 20여 개의 푸드 트럭 사업자들이 모여 RVA Street Foodies라는 조합을 만들어 지역 사회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헌하고 있다. 이들은 리치먼드 공립학교와 파트너쉽을 맺고 학생들이 실제 푸드 트럭 사업가와 일해볼 수 있는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은 이제 대량으로 음식 재료를 구매해 나눔으로써 지출을 줄이고, 정기적으로 같은 장소에 함께 모여 시장을 여는 것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 각개 전투를 벌이며 경쟁하던 푸드 트럭들이 조합을 만들어 공익적 차원의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지역 주민이 이들을 단순히 장사꾼들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이게 한다. 따라서 이는 푸드 트럭이 지역 사회 내에 어떻게 자연스레 녹아 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푸드 트럭, 모이면 기회가 생긴다
이렇듯 푸드 트럭들이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힘을 얻기 위해서이다. 흩어져 있으면 이리저리 눈치를 봐야 하는 푸드 트럭들이 함께 뭉치면 생겨나는 기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판매채널의 확보가 가능해진다.
단독으로는 인력 부족으로 온라인 판매와 배달이 어려운 푸드 트럭들이 이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FoodToEat과 같은 업체와 제휴함으로써 한정된 판매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자금과 인력을 모아 배달 센터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접근성을 넓힘으로써 판매를 촉진하고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대기업과도 경쟁해나갈 수 있다.
둘째, 문화와 시장이 형성된다.
소비자에게 문화를 제공해주면, 자연스레 판매는 따라온다. 푸드트럭의 특성 중 하나는 전 세계의 이국적 음식을 판매한다는 것에 있다. 이 트럭들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가 되며, 푸드 트럭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면 하나의 문화가 형성된다. 위의 사례와 같이 푸드트럭 페스티벌을 정기적으로 연다면 캠핑, 음악과 함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셋째,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앞서 다뤘던 RVA Street Foodies가 지역 학교 학생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창의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성공한 푸드 트럭 사업자들이 모여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공익적 노력은 지역 주민과의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주변 음식점들과는 차별화된 푸드 트럭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푸드 트럭, 무용지물 공공부지에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라
모이면 힘이 생겨서 좋긴 한데, 어디서 어떻게 모여야 할지 막막하다. 역세권이나 번화가 같이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는 곳은 장소도 부족할뿐더러 주변 상가들의 신고와 그로 인한 벌금을 감당해내기가 어렵다. 정부의 규제도 문제다. 푸드 트럭의 수가 늘어나다 보니 뉴욕 주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가해, 웬만큼 법을 어기지 않고서는 장사 못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푸드 트럭이 많지 않아 관련된 법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불법 영업이 되어 식품위생법과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이에 사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벌금을 내며 장사하고 있다. 푸드 트럭들이 잘 모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마련되어 있는 상권보다는 틈새를 노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 기관이 사들였지만 쓸모없어진 공공부지에 새로운 상권을 형성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 사회 곳곳에는 본래 도시 계획 일부로 매입되었으나, 계획이 무산되면서 죽은 땅이 되어버린 공공부지가 많다. 실제로 2009년 광주에는 빈 공간으로 남거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공공기관 건물과 부지가 30곳이나 있어 문제가 되었다. 2013년 안양시는 130억 원을 들여 옛 안양경찰서 부지를 매입했으나 10년 넘게 활용계획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그 비싼 땅에는 쓰레기 차량과 이동식 화장실이 수북이 쌓여있다. 1호선 명학역과 인접한 알짜배기 땅인데도 말이다. 공공부지를 일반에 매각할 경우 특혜 시비가 일 수 있어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푸드 트럭 사업자들은 모일 공간이 필요하고, 시 당국은 공공부지를 활용할 묘안이 필요하다. 만약 이 빈터에 푸드 트럭들이 모여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면, 이는 영특한 도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푸드 트럭들이 기존 상권에서 벗어나 다른 상권을 형성하면, 상대적으로 주변 인근 상점으로부터의 견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호커센터(Hawker Center) 사례는 노점상들의 제2의 상권 형성이 어떻게 지역 문화를 꽃피워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호커센터는 싱가포르의 먹거리 명소이다. 이곳에는 작은 음식 노점상들이 모여 있다. 순전히 위생에 대한 염려 탓에 싱가포르 정부에 의해 조성된 호커센터는 이제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장소로 거듭났다. 호커센터에 들어가기 위해 노점상들은 기본적인 위생 교육과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며 위생 상태에 따라 A부터 D까지 등급이 매겨진다. 따라서 정부는 노점상의 위생 문제를 통제할 수 있으면서도, 생각지도 못하게 도시 마케팅 분야에서도 호커센터의 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호커센터의 사례는 푸드 트럭보다는 규모가 작은 노점상들의 경우이긴 하지만, 푸드 트럭에도 해당하는 적용 점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푸드트럭 모임은 독특한 주변 경관과 시장을 형성해 도시에 개성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또 시 당국 입장에서도 모여 있기 때문에 위생 상태나 세금 문제를 관리하기도 수월해진다.
자이언트 산업이 될 푸드 트럭, 모이기에 힘쓰라
지금은 소규모로 자리 잡고 있는 푸드 트럭 시장이 국내에서도 메가트렌드 산업이 되었을 때에 생기는 문제점은 메뉴의 다양성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Melting Pot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푸드 트럭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로컬 푸드도 한없이 다양하다. 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푸드 트럭 메뉴들은 몇 가지로 제한되어 있고, 메뉴의 중복 현상은 앞으로 푸드 트럭의 수가 늘어날수록 심화할 것이다. 때문에 푸드 트럭 사업자들은 새로운 메뉴를 지속해서 개발해 나가, 각자 가게만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푸드 트럭 산업은 함께 모임으로써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새로운 도시 마케팅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뜨거운 바깥 사정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푸드 트럭은 아주 조용하고 소박하게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다져 나가고 있다. 아직 희소가치가 있고, 순수한 면이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중요한 시점이다. 막 부화하기 직전에 놓여있는 푸드 트럭 사업이 각종 규제와 견제를 뚫고 나가기 위해서라도 푸드트럭의 모이기 전략은 필요하다. 푸드트럭, 이제 모이기에 힘쓰라. 한계를 뛰어넘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